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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2. 1. (일) 광주 비다누에바 파견을 다녀와서...

리안아범 2024. 12. 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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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광주 비다누에바 파견이 있는 날이다.
우리 본당에서도 청년이 한 명 참가해서, 축하해주기 위해 파견에 다녀왔다.

비다누에바는 파견미사가 별도로 없어서, 파견 시간에 맞춰 피정의 집 마당에서 기다린다.

행복한 모습으로 파견되는 청년들을 바라보면서, 나의 비다누에바가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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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차 광주 비다누에바를 수료했다.
비다누에바는 새로운 삶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청년들을 위한 영성 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어른들의 꾸르실료에 비교되지만, 꾸르실료는 가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나면 많은 청년들이 조금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성당을 열심히 다니지 않던 친구들이 더 열심히 나오고,
교구에가서 각종 프로그램들에 봉사하고, 본당 청년회 활동도 더 열심히 한다.
사람들과도 참 많이 친해지는지,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도 정말 많이 생긴다.
또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교구에서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는 모습을 많이 지켜 보았다.

나의 비다누에바는 그렇지 않았다. 기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오늘 파견되었던 청년들처럼 행복한 모습은 아니었다.
지나야 할 관문 하나를 지났다는 느낌이랄까?
청년성서 연수와는 사뭇다른 들뜬 분위기와, 전혀 다른 프로그램 구성이 나에게는 조금 어색했던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소위 청년성서 뽕에 가득차 있어서 피정에 들어가는 마음이 '어디 얼마나 좋은지 한 번 보자'는 고약함으로 가득했던 것 같다.
(나는 청년성서 연수 프로그램을 먼저 수료하고 몇년간 봉사를 하다가, 비다누에바는 좀 늦게 참석했다.)
청년을 위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두가지 프로그램에 모두 참여 하다보니, 먼저 했던 프로그램에 빠져서
말도 안되는 경쟁심리가 발동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두개만 비교하다보니 양대산맥이라고 했지만, 사실 가정사목 파트에 선택 프로그램까지 삼대산맥이 맞는 말일것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부끄러운 생각이고 어린마음이었던지라 이야기를 꺼내기가 부끄럽기는 하다.

많은 프로그램들 안에서 많이 졸았던 것같다. 물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열심히 참여했고,
그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시간도 있었다. 그렇지만, 애초에 관람자의 마음가짐으로 피정에 참여한지라, 깊이있게 빠져들지는 못했다.

피정의 프로그램에 대해서 딱 한가지 알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는데, 그것이 영향을 더 미친 것 같기도 하다.
"음 나 그거 대충알아." 이런 생각.
공부를 할 때도 절대로 하면 안되는 생각중에 하나가, "어 나 이거 대충아는데 그건가보다"하는 생각이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아는 부분만 보면서 "그래 내가 이거 아는거야" 하고 지나가 버리면서 정작 중요한 내용들을 놓치고 만다.

늘 어떤 프로그램에 다녀오면 신부님들과 봉사자들이 신신당부하는 말이 있다. 어디가서 뭐했다고 말하고 다니면 안돼요!!!
바로 이런 상황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 것이 아닐까.
아무것도 모르고 참여했다면, 시간표의 흐름대로 주어진 상황만을 받아들이고 집중하기 쉬웠을 텐데, 내가 먼저 알고 있는 한가지 때문에 그건 언제쯤 나오려나 하는 생각에 집중이 흐트러졌고, 그로 인해서 더 좋은 것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놓치고 '그냥 그랬던' 피정으로 남아버리게 되었다.

비다누에바를 경험해본 적도 없으면서 거기에 대해 한가지를 알고 있어서 마치 다 알았다는 듯한 교만한 마음과,  먼저 경험해본 프로그램이 있고, 다른 프로그램은 어떤 느낌인지 비교해보자며 프로그램의 내용이 아닌 형식에 집중해버린 잘못된 선택이 나를 피정에 깊이 있기 빠져드는 것을 방해했고, 나는 그렇게 하느님을 만날 기회를 놓쳐버리게 된것이 아닐까?

모든 프로그램은 그 소품 하나하나, 흐름 하나하나를 모두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조절하고, 의미를 담아서 준비하게 된다.
그냥 눈으로만 지나친 한가지가 사실은 큰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매우 집중해서 바라보지 않으면 그냥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럴 진데, 그런 프로그램을 내용이 아닌 형식에만 빠져서 바라보고 있었으니, 하느님께서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셔서 나에게 이야기 하신다 하더라도 하나도 눈치를 채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