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1. 23:59ㆍ끄적끄적/말씀 새기기
성가정이란,
예수님, 예수님의 부모이신 마리아, 요셉으로 이루어진 이 가정을 의미합니다.
가톨릭에서는 예수님의 성가정을 닮으려 노력하고, 그 뜻을 실천하며 사는 신앙공동체 가정을 성가정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쉽게, 부모님과 자녀 모두 세례를 받은 가정을 성가정이라고 통칭합니다. 하지만 이 단어는 그리 자주 쓰이는 단어는 아닙니다.
한 단어가 많이 쓰이려면, 그 단어가 흔히 쓰이는 상황이 많이 생기거나, 그 단어가 가진 정신, 의미등이 사회에서 자주 되새겨 져야 합니다. 혼배성사가 많지 않고, 관면혼배로 인한 성가정 자체가 많지 않은 것도 이 단어가 자주 쓰이지 않는 이유중에 하나이겠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아마도 성가정의 정신이 그렇게 우리에게 와닿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실 예수님의 삶은 나 혼자만 닮고자 노력하면 되지만, 성가정의 삶은 온 가족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가족의 세 구성원 모두가 신앙을 가지는 것을 전제로 해서 그 삶이 성가정으로 피어나는데 모두의 마음이 일치해야 하는만큼 확률적으로도 훨씬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 어려움때문인지, 주변에서 성가정의 모습을 보기도 참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성가정을 이루어야 할까요? 저는 성가정을 이루는 것이 하느님께 나아가는 아주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늘 행복하고 기쁜 가정생활을 지향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런 지향을 가진다면 우리는 오히려 신앙에 회의감만 남을 수도 있습니다. 신앙을 갖고 성가정을 이루더라도 삶은 더 행복해지지도 않고 기쁘게만 살아지지도 않습니다. 예수님의 성가정만 생각해도 알 수 있습니다. 마리아는 요셉과 혼인하기 전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셨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아이가 생기다니요? 누구에게 이 아이가 하느님의 아들이라 한들 믿을 사람이 있었겠습니까? 요셉은 그런 마리아의 임신소식을 듣고 조용히 파혼하려고 마음을 먹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가정은 깨지지 않았고, 더 불행해지지도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하느님의 말씀에 충실한 사람들이었고, 하느님께서도 그런 그들을 돌보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먼저 마리아는 예수님이 공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키운 30여년간 끊임없이 하느님의 말씀을 생각하고 되새겨야 했을 것입니다. 예수님 또한 우리와 다름없는 한명의 아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이라고 사람이 누구나 겪는 어린시절을 겪지 않으셨겠습니까? 때로는 속을 썩였을 것이고, 때로는 놀랄 때도 있었겠지요. 30년간 신성을 드러내지 않으셨던 예수님을 보며 때론 정말 하느님의 아드님이 맞긴 한건지 의문이 생겼을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믿음을 지켜냈습니다.
요셉도 그렇습니다. 요셉이 마리아와 파혼하지 않은 이유는 꿈에 주님의 천사가 전해 준 이 말때문입니다. 마리아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것이니,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요셉은 이 모든 사실을 아무런 증거 없이 온전히 믿어야 했던 어쩌면 너무나 가혹한 상황이었지만(누구에게 이야기한들 믿어주겠습니까?) 요셉은 그 말씀을 믿고 믿음을 지켜냈습니다.
이 사실들로 미루어본다면 성가정이 지향하는 바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서로를 믿고 살아가는 삶인 것 같습니다.
우선은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이 하느님의 사람이라는 것부터 믿어야 할 것입니다. 그 다음은 이 사람을 하느님께서 내게 보내주신 사람으로 믿는 것이고 (가끔은 사탄이 날 시험하기 위해 보낸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더라도 우리는 믿어야만 합니다!!), 그 다음으로 우리의 자녀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신 사람이라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때론 믿기 어려울 때도 있겠지만, 그것을 믿음으로 극복해 내는 것이 성가정 아닐까요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내가 남자라면, 내 아내를 마리아처럼 생각하고, 내 자녀를 예수님처럼 생각하는 것입니다. 내가 여자라면, 내 남편을 요셉처럼 생각하고, 내 자녀를 예수님처럼 생각하는 것입니다. 내가 자녀라면, 내 부모님을 요셉과 마리아처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믿을 수 없는 배우자를 믿어주고, 이 믿기지 않는 자녀를 믿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이런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또 일년을 살고, 평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사실은 성가정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 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마치 구원과도 같습니다. 이미 왔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구원 말입니다.
내 자녀가 세례를 받음으로서 성가정이 시작된 것이고, 성가정을 완성하기 위한 여정은 우리가 어떤 삶을 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은 성가정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라 교리적인 부분에서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잘못된 지식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고쳐나가야 할 점이 있다면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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