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4. 02:32ㆍ끄적끄적/육아
내 아이는 미숙아다. 흔히 말하는 칠싹둥이.
27주 6일만에 1.01kg로 세상에 나왔다.
그렇게 미숙아, 조산아, 재태주수와 교정주수라는 살면서 처음듣는 생소한 단어가 일상이 되었다.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피가 조금 비친다는 아내를 데리고 연말이라 병원 문을 안열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가,
만 이틀만에 긴급한 출산이 이루어졌다.
검진때마다 자궁근종이 단단히 버티고 있어서, 조산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던 의사의 말에 마음을 놓고 있었던 터라
더 급작스러웠다.
(물론 의사선생님이 원망스럽거나, 잘못하셨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러 경우의 수에 관한 의사의 한가지 소견이었을 테니까.)
아이는 그렇게 태어나자 마자 신생아중환자실(NICU, 니큐)로 옮겨졌다.
제왕절개 수술을 마친 아내의 상태는 살피지도 못한 채, 의사선생님들의 인도에 따라 각종 서류에 사인을 하고, 한참을 대기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NICU에서 아이의 자리가 정리되기까지 두시간을 넘게 대기하고, 면담을 했다.
(장모님과 장인어르신이 와계시지 않았다면, 수술이 막 끝난 아내는 몇시간을 덜덜떨며 혼자 버텼어야 했을 것이다.)
아이의 입원을 위한 수속을 마치고나니 창백한 낯의 아내를 만날 수 있었다.
(수술이 끝난 직후, 피를 많이 흘려서 너무 추웠다고 한다. 이대로 얼어죽는구나 싶었던 찰나에 부모님께서 이불을 덮어주셨다고..)
창백한 피부와 갈라진 입술이 안쓰러웠다.
어쨌든 아내와 아이 모두 무사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다만, 우리 아이는 우리 곁으로 오기까지 만 3개월 하고도 며칠동안을 병원에서 지내며 호흡기 치료와 더불어 선천성 결장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
+@ 병원비 이야기
인터넷을 찾아보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하루에 100만원가량 비용이 발생한다고 나와있었다.
정확한 날 수는 기억이 안나지만, 약 99일간 신생아중환자실에 있었던 우리 아이의 병원비는 5백만원 정도였다. 건보 적용 전 비용은 약 1억원... 새삼 대한민국의 건강보험제도에 감사해졌다. 건강보험료 꼬박꼬박 잘 내야겠다.
참고로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나면 몇년간은 아이의 외래진료 비용이 더 경감된다. (건강보험 본인부담비율 5%) 아이가 병원에 갈 일이 더 잦아서겠지. 거기에 출생당시 체중에 따라서(2.6키로 미만인경우) 수술비도 지원해주는 제도도 있어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5백만원이라는 돈도 작지만은 않은 금액이었다. 다만, 태아보험에 가입할 당시, 어디서 들었는지 모를 인큐베이터 비용은 꼭 포함시켜야 된다는 이야기가 떠올라서 상급병실 입원료 등 각종 입원료를 모두 채워놓았었다. 그렇게 실비보험에서 입원료로 대략 하루 20만원 가량이 지급되었다. 비용이 커서 손해사정사까지 만나야 하긴했지만, 무사히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걱정이 무색하게 생각보다 손해사정사님은 친절하셨고, 꼭 보험사의 편인 것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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