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 째 기도

2019. 6. 29. 01:13끄적끄적/말씀 새기기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마태 14,31


 풍랑이 몰아치는 물 위를 걸으신 예수님의 이야기에 나오는 말씀이다.

베드로는 풍랑속에서 흔들리는 배 안에 있다가, 예수님을 뵙고, 본인도 예수님처럼 물 위를 걸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물 위로 걸어가다가, 퐁당. 예수님께 도움을 요청하고,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를 건져주신다.


#흔들리는 배와 예수님

몰아치는 바람과 파도, 그들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심을 갖게 하는 흔들리는 배와 그 안에서 어쩔줄 몰라 하는 사람들.
그와는 대조적으로, 몰아치는 풍랑 한 가운데에서도 평온하게 서 계시는 예수님.

그 일행 중 유일하게 베드로는 예수님께 물 위를 걷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어쩌면 그들의 생명을 지켜줄, 무사히 풍랑을 벗어나 살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르는 그 배에서 스스로 벗어나 풍랑을 뚫고 걸어나가서 예수님께 가고자 하는 것이다. 어쩌면 예수님의 그 평온함을 닮아보고자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예수님처럼 평온하게 걸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오만이었을까? 몰아치는 바람에 그만 겁이난 베드로는 물에 빠지고 만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베드로가 물에 빠진 후, 배로 돌아가려 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 도움을 청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풍랑 속에서 자기들을 진정으로 지켜줄 수 있는 것이 배가 아니라 예수님이시라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배는 풍랑속에서 그들을 지켜주고 있기는 하지만, 이리저리 위태위태하게 흔들리고 있으며, 그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예수님은 그 풍랑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서서 이야기 하고 계신다.

무엇을 봐도 더 믿음직한 것은 배가 아니라 예수님이다.

아무도 용기를 내지 못한 채 예수님을 바라만 보았지만, 베드로는 배 밖으로, 풍랑 속으로 한 걸음 내딛고, 물에 빠진다.


#예수님의 마음

예수님은 어떤 마음으로 베드로에게 이야기 하셨을까? 꾸짖음이었을까? 화를 내신 걸까? 어쩌면 베드로의 무모함에 살짝 놀라시진 않으셨을까?
어찌보면 베드로의 믿음을 칭찬하는 말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예컨대, 내가 가르치는 아이가, 스스로 무엇인가를 배우고 실천하다 실패했다 치자. 그러면 우리는 아쉬워하며 그 아이를 위로도 해주고 싶고, 칭찬도 해주고 싶고, 그러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무엇이 필요한지도 알려주고 싶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도 그런 마음으로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믿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믿음이 약하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의심을 했기 때문에 물에 빠진거야. 라고 실패의 원인을 친절히 알려주고 계시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손으로 베드로를 직접 건져주신다.


#강한 손

우리는 흔히 예수님의 강한 손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그 강한 손으로 우리를 이끌어주시기를, 내가 빠진 곤란과 위협 상황에서 꺼내주시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강한 손을 체험하고자 한다면, 먼저 내 안위를 지켜주는 것 처럼 보이는 배에서 위험해보이는 풍랑 속으로 한 걸음을 내딛어야만 할 것이다.


#베드로의 용기

하나 더 생각해 볼 것은 베드로는 무슨 용기가 생겨서 물 위로 발을 내 딛었는가 하는 것이다.

잔잔한 물에도 발을 내밀기가 겁나는데, 풍랑속에서 물 위로 나서다니.

아니, 오히려 풍랑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용기가 생겼을 지도 모른다. 배위에 있어도 흔들려서 빠질 것 같고, 예수님을 믿고 걸어가도 빠질 것 같다면, 배보다는 예수님이라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잔잔한 물이었다면 베드로가 어떻게 물 위를 걸어갈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베드로는 기적의 하나로서 물 위를 걸으려 한 것이 아닌 것 같다. 그 스스로를 흔들어대고, 겁나게 하는 풍랑을 극복하고자, 그것을 딛고 걸어가려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에게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과연 나는 배 밖으로 한 걸음 내 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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